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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리 편입니까?” – 갈라치기 정치의 끝은 어디인가

vvcwgo 2025. 4. 28. 17:35

당신은 우리 편입니까?” 갈라치기 정치의 끝은 어디인가

 

갈라치기는 원래 바둑 용어다. 상대의 돌이 양쪽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을 때, 그 중앙을 쳐서 세력을 분할시키는 전략이다. 정교하게 계산된 이 수는 상대의 연결을 차단하고, 혼란을 유도하며, 유리한 판세를 이끌어낸다. 그런데 이 기술이 정치에 적용되면서, 국민은 끊임없이 '편 가르기'의 수에 휘말리게 되었다. 갈라치기는 특정 집단을 나누고 분열을 조장해, 내 편과 네 편을 인위적으로 설정하여 유권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 남는 것은 공동체의 피로, 대화의 실종, 혐오의 확산뿐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갈라치기의 전형은 1992년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벌어진 모임에서 드러났다. 지방 주요 기관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가 단결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오갔고, 이는 특정 지역 유권자 결집을 통한 선거 승리를 꾀하는 지역 갈라치기의 시작이었다. 이 사건은 이후 우리가 남이가라는 문구로 회자되며, 지역주의 정치의 상징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갈라치기의 방식은 더욱 세분화되고 정교해졌다. 최근 선거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 구도가 노출되었다. 하나, 성별 이슈를 부각해 젠더 갈등을 자극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여성가족부 존폐 논란 등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부동산 정책과 세제 문제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부자와 서민 사이의 갈등 구도가 부각되었다. , 노동시장 이슈를 중심으로 노동자와 자본가 간의 이해관계 충돌을 부각시키는 양상이 심화되었다.

 

여기에 더해, 세대 갈라치기도 중요한 축을 형성했다. 청년 세대에게는 기성세대가 기회를 독점했다는 불만을 부추기고, 기성세대에게는 청년들이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세대 간 신뢰는 약화되고, 사회적 연대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또한 지역 갈라치기도 여전히 정치권의 전략으로 활용되었다. 특정 지역을 부각시키거나, 지역 간 차이를 과도하게 강조하며 유권자들의 감정적 결속을 이끌어내려는 시도가 반복되었다. 지역 갈등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치유되지 않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다시 불붙곤 했다.

 

이러한 갈라치기 전략은 사회 곳곳에 깊은 균열을 남겼다. 성별로 나뉘어 서로를 불신하게 만들고, 지역 간 반목을 심화시켰으며, 세대와 계층 간 적대감을 부추겼다. 조선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16세 이상 남녀 1786명을 대상으로 한 ‘2022 대한민국 젠더 의식 조사에서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남녀 갈등 해소를 위해 필요한 조치(복수 응답)에 대해 국민 절반 이상(56.1%)정치인들이 남녀 갈라치기를 멈춰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실제 일상 속에서의 갈등보다, 정치권이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전략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선거 이후에도 상처만 남았고, 통합은 공허한 구호로 전락했다. 선거가 끝나면 대화와 협치가 시작되어야 하지만, 오히려 갈등은 더 깊어지고, 편 가르기는 지속되었다. 갈라치기는 결국 사회적 신뢰를 붕괴시키고, 민주주의의 기반을 허무는 결과를 초래했다.

 

갈라치기 정치를 끝내는 첫걸음은 시민의 깨어 있는 감시다. 혐오를 선동하는 언어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자극하는 이미지에 속지 않으며, 증오의 프레임에 반응하지 않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진짜 중요한 것은 '누구를 공격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미래를 제시했느냐'. 정책과 비전으로 평가받는 정치, 그것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이다.

 

우리는 지금 갈라치기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이제는 경계선을 긋는 정치가 아닌, 연결을 말하는 정치를 선택해야 한다. “누구 편이냐는 질문은 이제 끝나야 한다.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가 정치의 첫 문장이 되어야 한다.

 

 

 

[ 참고 ]

 

이세영, [유레카] 갈라치기, 이세영, 2022.01.09.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26562.html

 

정인훈, 갈라치기 전성시대, 무엇을 위해 대립하나?, 충청투데이, 2024.04.24.

https://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94784

 

정종원, 갈라치기 정치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나?, 콩나물신문, 2022.03.08.

https://www.kong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2210

 

김경필, 국민 56% "정치인들 남녀 갈라치기 멈춰야 갈등해소“, 조선일보, 2022.05.28.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2/05/28/QV22R3EEOBEU7JHO3FHO3CFM5E/

 

이유림, 김동연 정치인 젠더 갈라치기, 국민 심판해야”, 경기신문, 2025.04.22.

https://www.kgnews.co.kr/news/article.html?no=841629

 

성한용, ‘노조는 악, 청년은 선윤 대통령의 위험한 갈라치기, 한겨레, 2024.08.05.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81413.html